정말 오래간만에 마음이 먹먹하고 고요해지는 영화를 만났다. 영화라기보다는 일종의 다큐멘타리인데, 워낙에 수중다큐를 좋아하는지라 꼭 봐야지... 하면서도 시간이 허락하는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가, 연휴 때 아주 제대로 감상할 수 있었다. 프랑스 감독이 만든 바다에 대한 다큐멘터리로 지금까지 접해보았던 그 어떤 바다생태계에 대한 영상보다 정말, 아주, 월등하게 아름다웠다.
 
  심해에서 탄생하고 순환하는 생명들의 연결고리들을 본다. 인간이 인식하고 살아가는 세계보다 더 넓은 범위를 보여주고 있는 이 영화는, 각박한 삶 속에서 얇은 이익들을 추구하는 인간들을 비웃기라도하듯, 일종의 고요한 경외심을 일깨워주는 듯 하다. 특히 영상 도입부, 해양이구아나가 우주발사선을 응시하는 모습은, 인간의 인위적인 행위를 무색하게하는 현자의 시선이 녹아들어있지 않은가.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물'이라는 공간 속에서 정교한 라이프 사이클을 유지하면서 살아가는 그들에게 해로운건 오로지 인간의 개입뿐이다. 시끄럽고 복잡한 우리의 뜨거운 삶은, 고요하고 역동적인 생명체들의 비밀스러운 생활 앞에서 자연스럽게 고개를 떨구게 된다. 무엇이 가치 있는 일이고, 무엇이 진정 아름다운 것일까... 바다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상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바다'라는 테마를 담기에는 2시간이 부족해 보이지만, 그만큼 응축하느라 정말 아름답고, 중요하며, 숨막히는 순간들만 담아놓은 느낌이다. 매 순간 하나 하나, 머리카락을 서게 만드는 장면들과 컬러가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다. 물이 가득한 깊은 심해는 고요하지만, 그 곳에서 삶을 영위하는 생명체들의 움직임들은 분주하고 체계적이다. 함부로 손댈 수 없는 그들만의 고귀하고 장엄한 질서가 있는 것이다.
 
  국내 상영버전에서는 유명 탤런트들이 나레이션을 담당하였는데, 너무 친밀하게 의도하려고 한 나머지 고요하면서도 신비한 바다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뒷받침하지는 못하고 다소 이질적인 느낌이 나도록 되어버린 듯 하다. 영어버전이나 일어버전의 영상을 감상하는 것을 권하는데(특히 영어버전은 러닝타임이 다르다), 개인적으로는 일어버전이 나레이션과 음악의 조화가 아주 탁월하다. 미야자와 리에의 잔잔한 톤과 클래식 음악과의 조화는 다큐의 정점을 보여주는 듯 하다.

 

  그리고 여담이기는 하지만, 영화 후반부에 고래나 상어등을 불법포획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항상 문제가 되고있는 일본의 불법포경 어선을 떠오르게하는 것으로 일본인들에게는 매우 불편한 요소로 작용하는 듯 하다. 프랑스에서 만든 작품이 일본에서 고급스러운 편집으로 승화되었으나, 정작 그 내용은 일본을 혐오하는 듯한 내용이 섞여 있으니, 이 또한 딜렘마가 아닌가(아마존닷컴 등의 리뷰를 보면 미국과 일본쪽의 평이 극과 극으로 갈리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째든, 오션스는 바다에 대해서 다시 한번 그 가치를 생각하게 하는 명품다큐라고 생각하게 된다. 두고두고 감상하게 될 것 같은 느낌이다.

 

(포스트 가장 하단부에 영화 엔딩 OST가 첨부되어 있습니다)

 

 

 

 

 

 

 

 

 

 

 

 

 

 

 

 

 

 

 

 

 

Say_live_my_life_-_OCEANS_OST.zi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