拒食의 背反

2014/10/14 00:01

  무언가에 대한 집착은 악마의 주술와 같아서, 본인이 스스로 빠져드는 동안 그 근원을 명확히 인지하기가 어렵고 또한 빠져나오는 것도 시간이 걸린다. 질퍽거리는 진흙 뻘 속에 발이 빠져든 것처럼, 몸을 움직여 뒤를 바라보기도 힘들고 넘어질까봐 함부로 발버둥치는 것도 불편한 것이다. 집착이라는 것은 그만큼 강력하고 구속적이다.


  거식(拒食)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경험은, 집착이라는 광적인 또아리에서 시작했다고 할 수만은 없지만, 반드시 그것을 도구로 기작(機作)하게하는 미묘한 성질을 지녔다. 즉, 집착에서 거식이 시작되는 것은 아니지만, 거식을 시작하면서 집착하게 된다는 말이다. 


  꾸준한 운동을 시작하고나서부터 음식에 대한 공포가 생긴 것 같다. 그것과 나는 어떠한 자연스러운 관계가 아니라, 나에게 다가오고 접근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상대방인 것으로, 나의 몸이 그것을 그렇게 인식하고 있고, 언젠가 처절한 몸관리로 지방이 빠져나간 나의 세포 속에 틈만나면 파고들어 순식간에 수분과 탄수화물을 집어넣어 어떻게든 무거워진 스펀지처럼 예전의 몸무게를 메모리로 로드하려고 하는 것이다.


  메모리... 그것은 나의 몸을 기억하고 복구하려고하는 의도이자, 사투이며 또한 일종의 전쟁이다. 나는 얇아진 나의 몸이 언제든 내 입속으로 들어온 음식물을 접대하고 숭배하여 체외배출의 문을 닫은채로 극도로 낮아진 신진대사의 연료통에 차곡차곡 쌓아둘 때, 시시각각 간섭하고 고민하여 운동을 병행한 에너지의 강제 배출로 맞설 뿐이다.


  온갖 미디어를 통해서 보여지는 진귀한 음식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천문학적 칼로리의 식품들이 형형색색의 옷을 입고 보는이의 눈을 현혹한다. 눈은 뇌신경으로 신호를 보내고, 신호는 곧바로 오장육부와 신체의 약점을 파고들어 무엇이든 먹지 않으면 곧바로 죽을 것처럼 협박하지만, 사실 현대인들의 몸은 한달간 물만 먹고 살아도 아무 문제가 없을 정도로 기름이 가득 차 있지 않은가.


  언젠가는 나의 몸이 검소하고 텁텁한 한 끼의 소박한 식사에 감사할 때, 자연스럽고 질서있는 바이오 리듬으로 보란듯 진수성찬의 초고칼로리 음식들을 면죄하고 나의 위와 식도를 평안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